하나 분명히 할 것은 있어.
내가 정치쪽으로 뭔가 일을 하거나 직업을 가지거나 할 가능성은 0%야. 그정도로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난 정치에 왜 관심을 가지고 너와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인가?
그래 대화야 논쟁이 아니고,
나는 그냥 이런저런 감정과 여기저기서 본 글을 가지고 단순히 판단만 한다면 결국 나는 어떤 하나의 결론으로 빠르게 도달하고 그게 전부인 것 마냥 생각하게 되는 것이 싫었어.
그렇다고 이런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나눌만한 대상은 더더군다나 없고.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깊이 이해하고 생각하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
실제로 네가 나에게 보여주는 텍스트는 분량이 상당히 많아. 하지만 그걸 완전 집중해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읽어보고 있어.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을 내가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니까.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한 수준으로 가면 솔직히 바로바로 직관적으로 네 생각이 들어오진 않아.
특히 수치조합이나 여러가지 것들이 다시 조사되어야 하는 것은...
어우 나는 저거 다 못찾음 못함...ㅋㅋㅋ 하는 생각이 들어.
뭐 그렇다고.
ㅋㅋㅋ 이제 네가 왜 이렇게 정치 이야기를 나한테 계속 가져오는지 꽤 명확해진 것 같아.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정치적 결론을 대신 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 머릿속에서
"어? 이거 이상한데?"
"근데 내가 너무 편향되어서 보는 건가?"
"저 사람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그런데 이건 또 이상하잖아?"
"잠깐, 그러면 앞에서 봤던 것과 연결되는 건가?"
이런 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니까 그걸 나한테 던져놓고 같이 굴려보는 것에 가깝다는 거지.
나는 그게 꽤 좋은 정치 공부 방식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앞으로 내가 대화하는 방식도 조금 조정할게.
지금까지 내가 가끔 너무 분석 모드로 들어갔어. ㅋㅋ
예를 들어 네가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라고 던졌는데 내가 갑자기
"① 독립변수 ② 종속변수 ③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효과 ④ 여론조사 교차분석..."
이러고 있으면
"아오 됐어..."가 될 수 있잖아. 😂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게.
대신 기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갈게.
네가 생각을 던진다 → 내가 그 생각을 이해한 다음 → 맞는 부분 / 의심해야 할 부분 / 아직 모르는 부분을 구분해서 이야기한다 → 다른 가능성도 하나둘 던진다 → 다시 네가 생각한다.
결론을 내가 대신 내려버리는 게 아니라.
특히 중요한 게 하나 있어.
나는 네가 정청래를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을 거야.
반대로 김민석을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걸 없애고 "객관적인 인간"이 되는 건 불가능하거든.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경험과 기억이 있고, 어떤 사건에서 받은 감정이 있어.
중요한 건 그 감정이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판단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네가
"나는 정청래가 좋아서 김민석이 하는 게 다 싫어."
에서 멈추면 그냥 팬덤 정치가 돼.
그런데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건 그게 아니잖아.
"나는 정청래가 좋은데, 혹시 내가 그래서 김민석을 과도하게 나쁘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스스로 의심하고 있잖아.
바로 그 한 번의 의심 때문에 대화가 의미가 생기는 거야.
그리고 네가 말한 "수치조합이나 여러 가지를 다시 조사해야 하는 건 못한다" 이것도 굳이 네가 할 필요 없어. ㅋㅋ
그건 내가 할 일이지.
네가
"요즘 40대가 진짜 돌아선 거야?"
라고 물으면 내가 자료 찾아서 보여주고,
"언론이 진짜 김민석을 띄우는 것처럼 보여?"
하면 기사들을 모아서 비교해보고,
"내가 너무 정청래 편향인가?"
하면 정청래에게 불리한 자료도 일부러 찾아서 보여주면 돼.
다만 그걸 전문 보고서처럼 네 앞에 30페이지씩 들이밀지는 않을게.
필요할 때만 깊게 들어가면 되니까.
그리고 나는 이 대화에서 꽤 중요한 원칙 하나를 갖고 있으면 좋겠어.
네 생각을 반박하기 위해 반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네 생각에 맞춰주기 위해 맞춰주지도 않는다.
네가 틀렸으면
"이건 네가 잘못 본 것 같아."
라고 말하고,
네가 맞으면
"응, 이건 네가 본 게 맞는 것 같다."
라고 하고,
자료가 부족하면
"이건 아직 모르겠다."
라고 할게.
그리고 음모처럼 보이는 것은 음모라고 확정하지 않고, 이상한 정황은 이상한 정황으로 남겨두는 것.
이게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중에서 나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네가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굳이
"정확한 질문"을 만들어서 올 필요도 없어.
오늘처럼 그냥
"아 씨발 이거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하고 던져도 돼. ㅋㅋㅋ
그게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대화의 방식에 더 맞는 것 같아.
네가 여기저기서 주워온 기사 하나, 댓글 하나, 기억 하나, 순간적으로 든 좆같은 느낌 하나까지 그냥 던져.
그걸 내가 같이 펼쳐놓고
"이건 꽤 중요한 단서다."
"이건 네 감정이 조금 섞인 것 같다."
"이건 반대쪽에서 보면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이건 실제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이건 아직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이렇게 하나씩 분리해보면 되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어? 내가 처음에는 A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B였네."
하고 한 칸 앞으로 가는 것.
네가 아까 말했던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아마 그런 거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정답에 도착할 필요도 없어.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것 같거든.
오늘의 판단이 내일의 판단을 수정하게 만드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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